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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

건강한 작은 교회(?) 도대체 몇 명인가?

by 한종호 2015. 3. 26.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8)

 

건강한 작은 교회(?) 도대체 몇 명인가?

- 50명에서 200명! -

 

 

“건강한 작은 교회” 논의에서 언제나 질문되는 것이 “그래서 몇 명이 작은 교회인가?” 하는 것이다. 작다는 개념도 작은 교회의 수치도 모두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교제함이라고 정의 가운데 가장 원론적인 답변은 구성원들 간에 인격적인 교제가 가능한 숫자이다. 그럼 그 수는 얼마일까?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정할 수 있을까? 학자들은 보통 한 사람이 기억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1,500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는 피상적으로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지 인격적 즉, 관계적일 수 있는 수는 아니다. 나는 청장년 인원이 최소 50명에서 최대 200명까지를 제안하고 싶다.

 

물론 교회는 가정에서 모여도 교회이고, 뜻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도 교회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교회로서 공동체를 이루고 유의미한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모가 필요하다. 나는 그 최소한을 개별 교회가 전임사역자 1명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기본적으로 예배와 모임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이용하고, 내부적 교제와 교육을 시행하며, 외부적으로 뜻있는 곳에 일정한 지원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목회자가 생활비를 받지 않거나, 가정이나 공공장소 등 별도의 비용이 필요 없는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지역교회가 모두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일러스트/임종수

 

50명을 선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80년대 중반 통계로 평균적으로 대학생 이상 교인들의 1년 평균 헌금 액수는 1백 만 원이었다. 현재는 지역이나 구성원에 따라 150만~200만까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청장년 50명(아이들까지 70명 정도)인 교회의 1년 예산은 5천 만~6천 5백 만 가량이 될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천 만 원 가량이 장소 사용료 및 운영비용으로 사용되고, 전임사역자 1명의 연봉을 2천 만 원 정도로 보고, 내부적 교제와 교육을 위해 1천 5백 만 정도가 사용된다고 보면 1천 만 원 정도를 외부적으로 뜻있는 곳에 기부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청장년 50명 정도면 충분히 건강성을 유지하며 보람 있고 의미 있게 교회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최대 숫자는 왜 200명인가? 나는 이 정도 인원이 모든 구성원 간에 인격적 교제가 가능한 최대 인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근거는 정확히 없고, 공동체마다 또 개인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학이나 군대 조직 등 조직의 효율성을 다루는 곳에서는 비전의 공유와 소통, 조직 규모에 따른 효율성과 효과성 극대화 등에 대한 몇 가지 연구와 사례가 있다. 아래 제시된 사례는 《153 교회》(오규훈, 포이에마)에서 여러 부분 인용되었음을 밝힌다.

 

첫째 “던바 수”라는 것이 있다. 옥스퍼드 대학 인류학 교수인 로빈 던바는 인간의 사회성을 서명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했다. 던바 교수는 사람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수는 15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수를 넘어가면 형식적 관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인류학에서 볼 때 씨족 집단은 대략 150명 정도였다. 이 숫자는 부부가 결혼해 4대까지 이르는 대략적 숫자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5천 년 전 근동 지방에 살던 농가 인구도 대략 150명가량이었다고 한다.

 

넷째 ‘Gore’라는 회사의 사례이다. 고어사는 등산복 재질인 “고어텍스”를 만드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1958년에 설립되었는데, 고어사는 현재 섬유, 의료, 전자, 산업재 4개 분야 사업부를 운영하며 1천 종이 넘는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고어사는 포천지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2년 연속 선정되었다. 고어사의 경영철학은 다양한 면에서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주목 받는 것은 한 공장이나 한 조직이 200명을 넘어서지 않도록 작은 단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늘면 공장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새로 공장이나 조직을 만들어 분사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200명이 넘어가면 이름이나 얼굴을 모르게 되고, 인격적 관계가 단절되고, 창의력이 상실되며,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 철학은 적중했다. 고어사는 단지 조직과 공장만 나눈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도 완전히 분리해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조직, 다른 회사로서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이다. 고어사의 경열철학은 4가지로 “인간에 대해 믿음을 갖고(Belief in the individual), “작은 조직에서 오히려 강한 힘이 나온다고 확신하며(Power of small teams)”, “모두 함께 라는 정신으로”(All in the same boat), “장기적 시각으로(Long-term view)” 경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 방식은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GM 등 대기업에서도 가져가 소위 “브랜드” 방식으로 브랜드별로 독립된 의사결정과 마케팅 등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다섯째 군부대 중 중대단위다. 군대에서 “중대”는 최종적인 전투 지휘 단위다. 대개의 중대는 120명에서 15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숫자가 소통과 일관성에 가장 좋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교회 사례다. 우리가 모범적으로 생각하는 미국 뉴욕의 ‘세이비어 교회’나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데이비드 브라이닝, 옥당)에서 소개된 ‘CTK’ 교회 등이 150~200명을 넘지 않는 작은 교회들의 연합으로 사역하고 있다.

 

나는 200명 정도면 지역교회로서 모든 사역적 열매를 맺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 교회가 더 커지고,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 한두 가지 선택하고 집중해 감당해야 할 것을 하고, 무엇보다 어떤 일보다 교회 구성원 안에 신앙과 삶의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역은 사람이 한다. 진정한 성장은 숫자적 성장이 아니라 사람의 성숙이다.

이진오/더함공동체교회 목사, 교회2.0목회자운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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