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농부시라’

작은 체구. 그러나 그는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투박한 그의 말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지고 들려 왔다. 그런 설득력의 근거는 그의 말이 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있었다. 분명 그의 말속에는 땀내와 흙내가 섞여 있었다.


농민 선교 대회, 오전 강사로 나온 <서울로 간 허수아비> <어머니 죄인> <오늘의 아모스>를 쓴 윤기현 선생은 자신이 자라온 지난날들 속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전라도 그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가며 과장 없이 이야기 해 나갔다.


이야기를 들으려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농한기를 맞은 농촌교회 교인들이었고 살아가며 직접 겪고 느꼈던 여러 가지 지적들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착하고 열심히 살면 부자 된다는, 어린 시절 그의 성실함을 지켜주었던 그 그럴듯한 교훈이 한갓 공허한 교훈일 뿐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교회의 메시지에서 느낀 당혹감.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 여러 가지로 좋은 교훈이었다.


적당히 참여하고 적당히 외면하는 데 익숙해져버린 우리네의 비겁한 도피근성.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쩜 내 생(生)의 뿌리는 땅속으로가 아니라 허공 위로 거꾸로 자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경제적인 모순, 그 거대한 구조악의 벽 앞에 너무 쉽게 주저앉은 우리를 두고 일어서자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함께 뭔가를 해 보자고 그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연세대 원주의대 운동장에서 열린 공동체 놀이마당. 신나게 돌아간 놀이패들의 공연이 어느 정도 추위를 녹여 주었고 이어 벌어진 술팀과 쌀팀의 몇 가지 경기는 모두를 들뜨게 했다.


돌아가며 춤을 추기도 했고 신나는 시합도 했다. 이기면 신나고 져도 아쉽지 않은, 내 편 네 편은 있되 모두가 우리들인 멋진 어우러짐.


모든 경기가 끝난 후 펼쳐진 화해의 춤마당, 신나는 장단에 맞춰 모두들 신나게 춤을 췄다.


춤에 어색해 슬쩍 빠진 전도사 대신 들어간 최일용 성도님. 햐, 신나고 멋있기도 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연락해서 다 같이 올 걸 그랬다고 돌아오는 길 아쉬워하던 성도들.


가난하고 없더라도 내가 주인 되는 날은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날인 걸. 하나님, 기억하소서. 이 땅에 농부들을.  오늘의 주제 ‘하나님은 농부시라’는 말 빈말 아니게 하소서.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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