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兄에게

by 한종호 2021. 5. 14.

 


그날 우린 한 밤을 꼬박 새워 많은 얘길 했죠.
교회 얘기도 했고 목사 얘기도 했습니다.
너무 물욕적(物慾的)이라고요.
너무 굳었다고요.

시골로 목회 떠나온 지 1년 돼 갑니다.
불편함이 없었던 것 아니지만
지금 제가 사는 집은 마을에서 가장 그럴듯한 집 중 하나입니다.
제가 받는 돈은 우리 교우 중 그래도 가장 많을 겁니다.
땀은 가장 적게 흘립니다.

예배시간엔 제단에 서서,
마루에 앉은 교우 앞에 양복 입고 서서
사랑을 말하고 은총을 말하고 나눔과 죄를 말합니다.
그리고도 괴로움을 모릅니다. 
그렇게 굳어 갑니다.
그게 괴롭습니다.

<얘기마을> 1988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은 농부시라’  (0) 2021.05.17
세월의 강  (0) 2021.05.15
어느 날의 기도  (0) 2021.05.13
사람 그리워  (0) 2021.05.12
마음의 객토작업  (0) 2021.05.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