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광철 씨가 있다. 우리교인이다.
더없이 순하고 착하다. 그 마음을 말이 못 따를 뿐이다.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장가 못 갔다. 못 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봄, 가을 짐을 져 나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 그를 필요로 한다.
봄에는 거름을, 가을에는 볏가마니를, 야윈 몸에 무거운 짐 지고 새벽부터 어둠까지 품을 팔지만 안으로 자라는 약함의 뿌리는 보이질 않고, 염두에 둘 여유도 없다. 그렇게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다.
봉헌 예배 땐 땔감 하라고 나무 한 짐 지게에 져 내려온 광철 씨.

 

 

이번에 되게 앓았다. 단순한 몸살일지.
거의 빠짐없이 저녁예배에 나와 예배드리고 꺼칠한 손을 마주잡아 인사를 한다.
안쓰럽게 마주함이 결국 모든 것일까.
으스러져라 눈물로 안아야 할 그의 삶.
모자람 속에 방치된 때 묻지 않은, 그러나 철저하게 외면당한 
그 마음 누군가 고이 받아 따뜻이 덥혀야 하지 않은가.

그럴 여인은 없는지.
모든 것 딛고, 한 영혼을 사랑으로 마주할, 그 사랑으로 두 개의 문이 열려 서로의 구원을 가능케 할.
광철 씨가 장가갔음 싶다. 몸과 마음 모두 화복했음 싶다. 
그 모습 보고 싶다.
짧게 끊기던 웃음 접고 막힘없이 웃어대는 순백의 웃음을,
그런 환희를.
그렇게 강한 생의 의지를.

-<얘기마을>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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