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분

 


라벤더의 연보라빛
곡우 무렵 찻잎의 연두빛

식물이 물과 만나 물들어가는 시간
처음 3분의 만남에서 태초의 우주를 본다

찻잎을 물에 넣고 3분을 우려내면
라벤더와 찻잎은 향이 좋고 단맛을 머금는다

하지만 3분을 넘기면
식물은 쓴맛과 불순함을 내뿜는다

한민족의 경전인 단군의 천부경
일시무시일 석삼극무진본

하나에서 시작해 하나로 돌아가고
그 하나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그 하나 속에는 천지인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들어있는 3의 원리

우주 탄생 빅뱅의 처음 3분은
수소와 헬륨 원자가 결합하는데 걸리는 시간

한밝, 크고 밝은 민족
배달민족의 피 속에 각인된 숫자 3의 신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작심 3일이라는 옛말과 겹쳐본다

사람의 마음은 3일이 지나면 변한다지만
하루에 수 십 번도 나는 그 3분의 고개를 넘지 못한다

마음이 물처럼 흐를 수 있다면
마음이 구름처럼 흐를 수 있다면

마음에 떨어진 씨알이 3분이 지나 변한다면
3분을 단위로 새로운 마음을 먹기로 한다

처음 3분의 박자로
새로운 마음을 먹는다

처음 3초의 호흡으로
새로운 숨을 쉰다

몸은 땅이 되었다가 
하늘이 되었다가

그러나 한마음 먹기의 무게가 
우주의 무게가 될 때가 있다

찻잔 속에는 3분
4월의 하늘이 푸르게 머문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살  (0) 2021.05.03
나뭇가지 손  (0) 2021.04.30
처음 3분  (0) 2021.04.29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0) 2021.04.28
한 점의 꽃과 별과 씨알  (0) 2021.04.27
얼벗  (0) 2021.04.26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