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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진선미의 사람

by 한종호 2021. 4. 19.

 




집을 나서기 전
아들에게 묻는다

너는 탐진치의 사람이 될래?
진선미의 사람이 될래?

먹방을 보던 아들은
말뜻을 이해를 못해

한시가 급한 엄마는 잘 들으라며
진선미의 말뜻만 얼른 알려주었다

진은 참되고 진실된 진
선은 착하고 선할 선
미는 아름다울 미

그런데 아들은 들은 체 만 체
그래서 엄마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했다

안하면 용돈도 밥도 없을 거라며 
아무 것도 없을 거라며

이윽고 아들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소리
한낮의 봄바람처럼 장난스럽게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새차게
밤하늘의 별빛처럼 멀어지는 말소리

비록 작지만 한 방울의 물이 바윗돌을 적시듯 
아들의 몸에 진선미의 말이 점점 새겨지기를

6학년이 된 아들이 유튜브와 세상을 검색할 때면
진선미의 말이 어둔 세상 별자리가 되어주기를

진선미의 말씨 한 알을 
아들의 몸에 떨군 봄날이 푸르다

그리고 내 안으로 뻗은 말의 뿌리는 
어디메까지 닿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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