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를 눈동자 같이

사진/김승범

 


목요성서모임에서 사도행전을 인도하던 김 목사가 몇 주 미국을 다녀오게 되어 비게 된 시간을 손곡교회 한석진 목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동양사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형이라 신선한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석진 형은 '도마복음'을 택했고, 우리는 석주 동안 도마복음을 읽고 얘길 나눴다. 


1945년에 우연히 Nag-hamadi 박물관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발견된 도마복음은 인도로 전도를 간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그곳에서 쓴 복음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예수가 말했다 -'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은 모두 114개의 말씀으로 이루어졌는데 일종의 선문답 같은, 불교 문화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재해석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요한복음이 헬라문화권 안에서의 복음에 대한 재해석이었다면 도마복음은 불교문화권 안에서의 재해석인 셈이었다. 기록연대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중간 시기라 하니 도마복음은 요한복음보다 앞서 시작된 타문화 속에서의 토착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이 <말씀25)였다. <예수가 말했다. "너희 형제를 너희 자신의 영혼처럼 사랑하라. 그를 너희의 눈동자처럼 지켜라.">


형제를 눈동자같이 지키라고? 눈동자라면 우리 몸의 지체 중 어느 부분보다도 가장 본능적으로 보호받는 곳이 아닌가. 그렇담 형제를 눈동자 같이 사랑하고 지키라는 얘기는, 형제를 본능적으로 사랑하고 지키는 뜻과 다르지 않으리라.


선택의 문제가 아닌 본능의 문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어디 까지 닿아야 덜 거짓 되는 것인지, 새삼 아득해지는 마음이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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