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를 다녀오다

이종연의 '아기자기' 2015. 3. 22. 13:22

이종연의 아기자기(11)

 

봄나들이를 다녀오다

 

 

전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불편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혹시 잘못 읽으실까 반복하자면, 불편함에도 행복한 게 아니라 불편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 맛보았다고 할까.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의 신간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저자와의 대화를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님이 목회하시는 전주 열린가정교회에서 하는데 봄나들이 삼아 같이 가자고 꽃자리 한종호 대표님이 꾀시는데, 거절하기에는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을 한자리에서 뵐 수 있는 참으로 매력적인 기회였다. 갑자기 일을 하나 맡게 돼 분주한 상황이긴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이루가 먼 길 잘 다녀올 수 있을지, 아직 온전히 끝내지 못한 수면 교육이 괜히 흐트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마음이 자꾸 기울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여행은 모든 조건이 구비되었다고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길을 따라나섰다.

 

오전 10시 반 이루를 포함해 7명이 탄 12인승 승합차가 전주로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루는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불편한 여행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루를 달래느라 앞에서 오가는 대화의 절반 이상은 놓쳐 버렸다. 가는 길에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김인국 신부님이 일하시는 옥천성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성당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이때도 나는 오전에 못 먹인 이유식을 먹이고 또 이루가 잘 노는지 연신 지켜봐야 했다.

 

 

 

 

전주에 도착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뒤편 자모실에서 이루를 돌보느라 앞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다행히 행사가 끝날 무렵 이루는 잠이 들었다. 그러나 염려했던 대로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자다가 몇 번씩 깼다. 숙소에서 운치 있게 벽난로에 불을 피워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에도 나는 2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다음날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에 가서는 비로소(?) ‘대충’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원래 여행은 불편한 구석이 많은 법이지만, 이 불편은 종류가 좀 달랐다. 내가 가고 싶어 왔지만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없어서 생기는 불편함이었으니까.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김기석 목사님 말마따나 수직이 아닌 수평의 공간감이 시야를 확 열어 주고 따사로운 햇볕 아래 산수유가 벌써 꽃을 피워 봄기운이 물씬 풍기던 옥천 성당, 성당 야외 테이블 위에서 전에도 봄을 만난 적 있는 것처럼 자연스레 봄에 스며들어 놀던 이루를 보는 것도 행복했다. 모악산 아래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을 때 더없이 밝게 맞아 주던 별들, 아 그리웠던 맥주 한 잔! 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었던 천안 단비교회에 들러 햇살 한줌 주머니에 담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할 만큼 좋았다. 여행에 동행했던 분들이 이루를 예뻐해 주시고 배려도 많이 해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했고.

 

 

 

 

어쩌면 행복이 불편을 덮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그런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 해석은 적어도 나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해석인 듯하다. 나는 자주 불편했다! (말장난 같지만)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게 불편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하는 게 정직하겠다.

 

아마 이루도 말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10시 30분에 주는 이유식을 12시 넘어 준 거 어떻게 생각해? 수면 교육한다고 눕혀 재우더니 눕힐 공간 없으니 그냥 안고 재우면 난 또 어떻게 적응하라고? 나도 엄마 따라다니기 힘들었다고. 설마 ‘이렇게 키우는 거지 뭐’라고 엄마 마음대로 생각할 때, ‘그래, 이렇게 크는 거지 뭐’라고 내가 생각해 주기를 바란 거야?…그래, 사실 그렇게 생각했어. 피는 못 속이나 봐 엄마. 나도 여행하니까 좋더라. 불편한 것도 많았지만 행복했어. 우리 또 여행 가자~!”

 

그리하여 이루네는 4월에 제주로 3박 4일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는 훈훈한 마무리.

이종연/IVP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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