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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별과 꿈

by 한종호 2021. 1. 7.

한희철의 얘기마을(196)


별과 꿈


“우리 동네 개울이 이렇게 지저분한 줄은 몰랐어요.” 


개울을 청소하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동네 개울의 더러움에 놀라고 말았다. 비닐, 깡통, 빈병(특히 농약병), 못쓰게 된 농기구 등 개울 곳곳은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자루에 담는 쓰레기는 이내 리어카를 채웠고, 두 대의 리어카는 분주하게 쓰레기를 날라야 했다. 쓰레기를 모으는 교회 마당엔 수북이 쓰레기가 쌓여갔다.


뜨거운 한낮의 볕이 머리 위해서 이글거렸고 땀은 온몸을 적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부지런 했고,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섬뜰 앞개울과 뒷개울, 작실, 끝정자등 네 개의 개울을 치우는데 이틀, 쓰레기를 분리하는데 또 하루가 걸렸다. 꼬박 사흘을 수고한 셈이다.



쓰레기를 치워낸 개울마다엔 <우리의 개울을 우리가 깨끗하게 지켜요>라는 팻말을 박아 세웠다. 은희와 경민이가 두꺼운 종이에다 글씨를 새기고, 종하가 합판 위에 페인트를 뿌려 만들었다. 보람과 즐거움이 넘치는 시간들이었다.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의 수고를 눈여겨봤고, 청소를 마친 날 밤 반장님은 방송을 통해 그 사실을 알렸다. 교회 아이들이 동네 개울 대청소를 했으니 어른인 우리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청소가 끝나면 폐품을 팔아 망원경을 사자고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을 구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 땅이 깨끗해야 하늘의 별들도 깨끗해지는 거라 했는데, 하늘의 별들은 얼마나 맑을지. 별을 보며 아이들은 몰랐던 꿈을 새롭게 품을 수 있을지.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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