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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늘 그릇

by 한종호 2020. 11. 19.

신동숙의 글밭(279)


하늘 그릇




그릇에 담긴 물을 비우자마자

얼른 들어차는 하늘처럼


나를 채우려는 이 공허감과 무력감은

얼른 들어차려는 하늘의 숨인가요?


나를 비우고 덜어낸 

모자람과 패인 상처와 어둔 골짜기마다


하늘로 채우기를 원합니다.

나의 몸은 하늘 그릇입니다.


더 가지려는 한 마음이 

나의 모자람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시고


남을 헐뜯으려는 한 마음이 

나의 패인 상처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시고


높이 오르려는 한 마음이 

나의 어둔 골짜기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를 채우려는 이 없음이

없는 듯 계시는 하느님인 줄 스스로 알게 하소서.


나의 몸은 하늘을 담는 

하늘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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