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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연의 '아기자기'

이루의 잠 못 드는 밤

by 한종호 2015. 3. 14.

이종연의 아기자기(10)

이루의 잠 못 드는 밤

 

수면 교육이라는 걸 한 지 5일째다.

이전에 이루를 안아 주고 재우는 역할은 주로 아빠가 했다. 그런데 7개월 접어들면서 이루가 부쩍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칭얼대다가 엄마 품에만 안기면 뚝 그치니, 아빠 품에서 울다가 잠들게 하느니 엄마가 재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재우기 시작했는데 아, 이렇게 힘들 수가. 언제까지 안아서 재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즈음 이루의 잠투정도 시작됐다. 사실 이루는 생후 70일에 스스로 밤중 수유를 끊었다. 자연스레 밤중에 깨는 일도 없어졌다. 그렇게 기특했던 딸이, 잠투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잘 자다가 새벽에 몇 번씩 깨니 피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로 남편이 다시 안아 재웠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거나 남편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는 내가 젖을 물려 재우기도 했다.

 

 

수면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결정적인 이유는, 설 연휴를 전후로 양가에서 보름을 지내면서 이루의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늘 혼자 자다가 아빠, 엄마와 함께 자는 것도 영향이 있었을 듯하고, 낯선 환경에서 자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가족이 깰까 봐 울 때마다 젖을 물렸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너무 자주 깰 때는 젖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늦었지만(내가 본 육아서는 수면 교육은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면 교육을 하기로 했다. 똥 기저귀 빠는 일이 남편 전담이듯, 수면 교육은 내가 맡기로 했다. 남편은 아기가 우는 걸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아기가 울면 분노 조절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남편은 수면 교육을 할 엄두를 못 냈다. 나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이루가 혼자 자는 게 편하다는 걸 깨닫도록 도와주기 위해 독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일단 잠을 자기 전에 (우리만의) 잠자리 의식을 했다. 아기가 졸린 신호를 보내면 집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커튼을 닫은 후,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사실 이건 수면 교육 전에도 해 왔지만 그때도 이루는 늘 안겨서 잠이 들었다.

그 후 방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수면 교육에 들어간다. 나는 (내가 본)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안아주기/눕히기’를 하기로 했다. 이 방법은 아기가 울면 안았다가 울음이 그치면 눕히는 걸 반복하다 보면 아기 스스로 잠이 드는 것으로 보통 일주일이면 어떤 아기라도 스스로 잠이 들고 2-3주 안에 아기 혼자 잠들게 된다고 한다.

이루의 경우, 처음엔 졸음을 이기기 위해 눕지 않으려 했는데 이때는 좀 놀게 내버려 두었다. 조금 있으니 졸음을 이기지 못해서 울며 내게 안기려고 했다. 그래서 안아 주고 울음이 잦아들면 눕혔다. 안았다가 눕히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거친 울음이 흐느낌으로 변하고 한참 후에 이루는 깊이 잠이 들었다. 거실로 나오니 40분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든 지 2시간 만에 깬 이루를 데리고 다시 40분 동안 ‘안아주기/눕히기’를 했다. 불행히도 이루는 2시간 뒤에 또 깼지만 이때는 ‘안아주기/눕히기’를 10분 하니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다.

이튿날도 이루는 40분을 울다 잠이 들었다. 지켜보면서 안아 주고 눕히기를 반복하는 게 힘들었지만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원래 좀 독한 구석이 있다.) 다행히 이 날은 잠들고 나서 아침까지 깨지 않았다.

셋째 날도 재우는 데 40분이 걸렸다. 이날 남편이 급성 요통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바람에 낮에 집안일을 혼자 하면서 아기까지 재우고 나니 몹시 피곤했지만, 멀리 보고 고생 좀 하자 마음먹고 시작했기에 견딜 만했다.

넷째 날, 조금이라도 우는 시간이 줄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이루는 한 번도 울지 않고 내 곁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내 배를 베개 삼아 스스로 잠이 들었다. 할렐루야!!! 이루야, 네가 나흘 만에 혼자 잠드는 법을 깨쳤구나. 장하다. 멋지다. 훌륭하다. 역시 내 딸이야!

그러나 반전이 있었으니…. 새벽에 세 번이나 깬 것이다. 다시 재우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잠’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나는 녹초가 되어 어떻게 다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에는 쓰지 않았지만 낮에도 수면 교육을 하고 있는데, 넷째 날 혼자 잠들었던 이루는 다음날 낮잠에 들기까지 또 40분이 걸렸다. 에효.

그리고 오늘, 이루는 유난히 낮잠 자기를 거부했다. 졸음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재우려고만 하면 시험을 앞두고 자지 않으려는 학생처럼 잠을 이겨냈다. 낮잠을 못 자면 밤에 자기가 더 힘들다던데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이루는 20분 정도 울다 잠이 들었다. 에고, 힘들다.

이루는 내일은 잠들기 전 얼마나 울다 꿈나라로 갈까. 아니면 울지 않고 바로 잠들까. 모르겠다. 그것만 모르는 게 아니라, 남편의 요통이 차도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집안일을 혼자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시간도 지나가리라’는 말만 기억하기로 한다.

이루야, 기억하니. 1월에 수면 교육 시도했다가 3일 만에 엄마, 아빠가 포기하고 말았던 거 말이야. 그때도 너는 누워서 자는 걸 싫어하긴 했지만(당연해. 늘 안겨서 자다가 누워 자려니 얼마나 낯설고 불편했을까) 칭얼거리기만 하고 울지는 않았었는데, 그때 너무 쉽게 포기했던 것 같아.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네가 한결 쉽게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미안해 그때 혼란만 줘서. 이번에는 엄마가 굳게 결심했으니 일주일 아니, 몇 주가 걸리더라도 네가 혼자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줄게. 기억하렴. 엄마가 늘 네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사랑한다.

이종연/IVP 편집부

댓글2

  • 이정연 2015.03.16 11:44

    제부 요통은 차도가 있는거야? 꼼짝도 못하게 아플텐데... 그래도 장하다. 이루도 너도^^ 홧팅~
    답글

    • 이종연 2015.03.22 15:15

      응 언니 벌써 괜찮아졌어. 다만 이루는 아직도 누워서 자는 데 적응하기 힘든가 봐.. 이 시간도 다 지나간다~ 그러고 있긴 한데 쉽진 않음^^
      격려 고마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