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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by 한종호 2020. 8. 19.

신동숙의 글밭(215)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빈탕한 허공만 보인다


자사(子思)의 중용(中庸)에서 

그는 하늘을 꿰뚫어 보고


부처의 중도(中道)에서

그는 하늘을 똑바로 보고


기독교의 성경에서

그는 하늘을 알아보고


젊은 노비 청년에게서

그는 하늘을 살피어 보고


그 어른은 치매가 와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바지"만 부르더라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에도

하얀 수염 난 입에선 "아바지"로

이 땅에 씨알 같은 마침표를 찍고


탐진치의 거짓 자아인 제나를 비움으로

투명해진 참자아인 얼나를 통하여 

보이는 건 맑은 하늘 뿐


그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이기에

그가 거하는 곳은 이 땅을 채우는 

없는 듯 계시는 하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춤사위가 되고

제소리는 하늘의 숨인 말씀이 되어 

오늘도 나의 빈 가슴에 살아서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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