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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책 속에 글숲

by 한종호 2020. 7. 23.

신동숙의 글밭(196)


책 속에 글숲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마음에 쉼과 평화를 주는 책은 따로 있습니다. 책 속에 자연과 자연을 닮은 사람의 마음이 스며든 글에서 저는 쉼과 평화를 얻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경전과 고전에는 하늘과 땅, 자연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동·서양의 고전 음악을 들을 때면, 선율에 담긴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인간 내면의 율동과 더불어 깊은 호흡을 하게 됩니다. 


어디서든 자연과 더불어 호흡을 한다는 것은, 그대로 제 무딘 감성에 불어넣는 생명의 기운이 됩니다. 그래서 책과 음악을 함부로 선택하지 않으려, 책장 앞에 서서 한동안 제목들을 곰곰이 마음에 비추어 보는 오랜 습관이 있습니다.


꽃과 나무와 한국의 자연을 사랑하셨던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어린 왕자>를 읽으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스님에게 <어린 왕자>라는 책을 소개 시켜준 어느 지인을 두고 마치 인생의 은인처럼 여기시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질 못하십니다. 


스님은 <어린 왕자> 책이 너무나 좋아서 스물여덟 번을 읽었더니, 나중에는 생텍쥐페리가 말하지 않은 행간의 말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다 환해집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 해 주었는데, <어린 왕자> 책 선물을 받고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촌수로 따져 가까운 스님의 사촌이라 하셨지요.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흙과 바람과 하늘과 숲 내음을 맡을 때면, 책읽기는 그대로 싱그러운 글숲 산책길이 됩니다. 그리고 또한 제가 쓰고 있는 글에서도 그처럼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가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시인 월트 화이트맨의 <풀잎 Leaves of Grass>에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 일해도 우리는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책읽고, 글쓰기, 연구, 여행, 작곡, 선행, 강연, 토론하기, 노래하기.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월든 숲에서 혼자 스스로 삶을 꾸려 가던 방식인 단순함, 소박함, 자연, 산책 그리고 고요함을 오늘도 묵상합니다. 소로우는 그에게 붙여진 여러 별명들 중에서 무엇보다 산책가로 불려지기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며, 고전의 글숲을 거닐었던 이들의 평온한 속도로 한 생애를 살았던 소로우. 그 맑은 영혼의 울림은 200년이 지난 오늘도 제 가슴에 새순을 피웁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일기 중에 나오는 이야기가 내내 가슴에 맴돕니다. "내 일기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라 할 수 있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들에 남아서 썩고 말았을 이삭, 먹기 위해 살 듯이 일기를 위해 산다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매일 일기를 쓰는 이유는 하느님을 위해서다. 일기는 우편 요금 선불로 하느님께 매일 한 장씩 보내는 내 편지다..." 


현명한 사람은 늘 마음이 고요해서 들뜨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려 산책하는 사람과도 같은 모습이다. (<소로우의 일기> 中 1841년 2월 8일 (24세))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상과 일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경쟁과 전쟁이 아닌, 휴식을 취하려 산책하는 고요한 걸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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