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닮고 싶구나

한희철의 얘기마을(29)


널 닮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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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작실로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 잎담배를 심는 날이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 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 이가 줄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걸음이다.


하루 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아무런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평생 일만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이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일까?’ 


깜빡이는 소의 커다란 눈이 유난히 맑고 착하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내려오는 길,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구나. 널 닮구 싶구나. 


 <얘기마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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