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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열흘간의 휴직 계

by 한종호 2020. 6. 23.

한희철의 얘기마을(7)


열흘간의 휴직 계




열흘간의 휴직 계를 내고 성문 씨가 단강에 내려왔다. 지난번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아버지,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직장에 열흘간 휴직 계를 냈다. 논밭 갈고 못자리를 해야 하는데, 연로하신 부모님 두 분으로선 힘에 부치다는 걸 왜 몰랐으랴만, 몸마저 불편하신 아버님 전화 받곤 안타까움을 마음에만 둘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수요예배를 마친 뒤 사택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성문 씨가 병철 씨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웃으며 한 이야기였지만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들어와야죠. 마음속엔 늘 그 생각뿐이에요. 그러나 들어오면 내 인생은 희생되는 거구요.”


결혼할 나이가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 결혼을 못한, 그의 괴로운 마음이 눈에 보일 듯 선했다. 고향에 노부모 남겨두고 떠난 자식들 마음일랑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몸은 객지 그 어디에서 기계를 돌리고 쇠를 깎는다 해도 마음은 늘 고향, 뜨거운 뙤약볕 땀 흘리실 부모님 곁일  터이니 말이다.


새벽예배 마치고 윗작실에 올라가 만난 박민하 성도님도 안타까운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까짓 내 땅만 되도 맘이 편하겠어요. 빌린 땅이니 놀릴 수는 없고 몸은 말을 안 들으니... 그렇다고 자식더러 들어 오라자니 그의 장래를 봐선 안 될 일이구요.”


열흘간의 휴직 계론 다 메울 수 없는 일들, 시간만 안타깝게 흘러갈 뿐....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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