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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종들의 모임

by 한종호 2020. 2. 14.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9)

 

 종들의 모임
 

새해 들어 시작한 모임 중에 ‘신앙강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믿음의 보편성과 깊이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두 번째 시간, 지강유철 전도사님으로부터 장기려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장기려 그 사람>의 저자, 누구보다 장기려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적임자라 여겨졌다. 거기에 더해 장기려를 아는 이들이 안타까울 만큼 적었다.

 

 

 

 

강의 전 잠깐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장기려 선생이 교회를 떠나 마지막으로 향했던 ‘종들의 모임’이 어떤 곳인지가 궁금했었다. 들려준 이야기 중 마음 깊이 와 닿은 대목이 있었다.

 

장기려는 대뜸 기존의 교회를 등지고 종들의 모임을 향하지 않았다. 적잖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던 중 고민의 종지부를 찍을 일이 있었다. 장기려 선생이 태국을 방문한 것은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에 있는 종들의 모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태국에서 한 종들의 모임에 속한 자를 만났는데, 그는 천막 안에서 살고 있었다. 천막의 절반은 집, 절반은 사람들을 만나는 곳으로 삼고 50년을 살아온 터였다. 한 자리에서 50년을 살아왔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허름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이었다.


50년간 몇 명을 전도했는지를 물었을 때, 종이 들려준 대답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두 명이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50년 활동에 단 두 명,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그것은 실패가 아니냐고 물었을 때 종은 분명하게 대답을 했단다.


“저는 결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이곳에서 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동안 하나님이 허락하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단 두 명을 전도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랐던 것이기에 저는 충분합니다.”

 

그 일이 장기려를 종들의 모임으로 향하게 했던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했다. 50년에 단 두 명을 전도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 우리가 얼마나 숫자나 규모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돌아보게 하는 일이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되 시간을 잊는 것, 그것이 종이 걸어가야 할 마땅한 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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