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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by 한종호 2019. 12. 20.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7)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어느 날 강원도에서 목회를 하는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근에서 농부를 짓는 이가 아직 못 판 콩이 있는데, 팔아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강원도 서리태는 타 지역의 콩보다 품질이 우수한데, 타 지역과 값 차이 없이 콩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교회 여선교회에 이야기를 했고, 콩 한 가마(80kg)를 사기로 했다. 

 

콩은 1말씩 10자루에 담겨 전해졌는데, 상태도 좋았고 무게도 후했다. 사실 곡식을 살 때는 사는 사람만 좋으면 안 된다. 농사는 그냥 짓는 것도 아니고, 농사짓는 수고를 생각하면 배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콩 값을 보내고 나서 연락을 하자 형이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콩을 낸 이가 내 초등학교 동창의 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름을 대는데, 이태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였다. 초등학교 시절 유난히 개구쟁이였던 친구가 마치 이 땅에서 놀 것 다 놀았다는 듯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콩을 가지러 간 날 형이 친구의 누이를 만났더니, 나를 무척 고마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인사를 받을만한 일이 전혀 떠오르질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동생 장례를 마치고 나서 동생의 핸드폰을 보던 누이는 핸드폰에 남아 있는 문자들을 보았는데, 거기에 내가 보낸 문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목회를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아픈 친구를 찾아보지 못하는 미안함을 그나마 문자로 전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남겨진 문자를 뒤늦게 본 것이었다.

 

세상을 떠난 초등학교 동창의 이름을 그렇게 만날 줄이야. 세상일은 그렇게 서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대나무도 벼과(科)지’에서 황동규가 노래했던 한 구절처럼.

 

생김새 고향 달라도
우리는 얼마나 같은가!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마음속에 감춘 냄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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