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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손톱을 깎으며

by 한종호 2019. 10. 9.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4)

 

 손톱을 깎으며

 

믿음이나 인격이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만,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자라는 것들은 의외의 것들이다. 머리카락과 수염, 손톱이 그렇다. 잠시 잊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자란다.

 

 

 

 

 

대부분의 경우 손톱은 책상에 앉아서 깎게 된다. 손톱이 자란 것을 우연히 보고는 서랍에 있는 손톱깎이를 찾아 손톱을 깎는다. 손톱에 무슨 생명이 있을까 싶은데, 그렇지가 않다. 잘린 손톱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튀어 오른다. 다시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날아간 손톱은 어딘가로 숨는다. 원고를 쓰는 동안 자판을 눈여겨 봐 둔 것인지 키보드 자판 사이로 숨기도 한다. 그러면 자판을 거꾸로 들고 흔들어대어 손톱을 떨어뜨려야 한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고선 다른 선택을 한다. 손톱을 깎을 때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앉는다. 그리고는 책상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가져온다. 쓰레기통을 거부하는 손톱들도 있지만 대개는 통 속으로 들어간다. 도망친 손톱을 찾아내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책상 위에서 깎을 때보다는 훨씬 편하다.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맞는 자리와 자세가 따로 있다. 하물며 손톱을 깎을 때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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