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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그레발을 두자

by 한종호 2019. 10. 6.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2)

 

그레발을 두자

 

‘그레발’은 집 지을 재목을 다듬는 일과 관련이 있다. 보, 도리, 서까래, 기둥 등 집을 지을 때 쓰는 재목을 다듬기 위해서는 ‘마름질’을 한다. 마름질이란 재목을 치수에 맞추어 베거나 자르는 것을 말한다.

 

- 그림/국민일보


재목을 길이에 맞춰 자르기 위해서는 재목에 표시를 하는데, 그렇게 표시를 하는 도구를 ‘그레’라 한다. 그레발이라는 말은 그레와 관련이 있다. 재목을 자를 때 원래의 치수보다 조금 더 길게 늘려 자른 부분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레발을 두는 것은 혹시라도 오차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처음부터 길이를 딱 맞춰 잘라 놓았다가는 나중에 바로잡을 길이 없어질 수가 있다. 재목의 길이가 길면 잘라 쓰면 되지만 행여 짧을 경우엔 다른 나무를 붙여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재목의 길이를 조금 길게 잡았다가 나중에 필요가 없게 되어 그레발을 잘라 없애는 것을 ‘그레발을 접는다’고 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에는 그레발이 있다. 그레발이라는 말을 잊었고, 그레발과 같은 마음을 잃어버렸다. 내남없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여차하면 분노하고 비판한다. 푸석푸석 마른 먼지가 피어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으로 여기던 시절을 두고 이제는 옷깃만 스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 그레발을 둘 수는 없는 것일까? 양보해도 괜찮을 만한 마음의 여유를 두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평화가 깃드는 믿음과 사랑의 집이 있다면 그레발을 통해 지어질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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