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짐승 같은 이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

by 한종호 2019. 5. 30.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48)

 

짐승 같은 이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이 뜻밖의 성분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꽃가루였다. 네안데르탈인의 유골 곁에 있는 흙에서도 다량의 꽃가루가 발견되었다. 대체 꽃가루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정을 한다.

 

네안데르탈인들은 같이 살던 누군가가 죽으면 죽은 이를 야생의 꽃이불 위에 눕히고 그 위를 다시 꽃으로 덮었던 것 같다. 죽은 이를 아무렇게나 버리거나 처리한 것이 아니었다. 사방에 피어난 온갖 꽃을 따서 바닥을 장식한 후에 죽은 이를 눕히고, 다시 그 위에 꽃을 수놓았을 것이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를 아무렇게나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라는 책을 쓴 허만하 시인은 그 일을 가리켜 “짐승 같은 그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이라 했다. 짐승 같은 그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 어울리기 힘든 단어들이 어울림으로써 아름다움은 거칠지만 섬세하고 눈물겨운 의미를 얻게 된다.

 

어디 네안데르탈인뿐일까? 세상 어떤 존재든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세상이 눈부시지 않은 존재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 어찌 시인이나 가객의 몫일뿐이겠는가?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 다르다고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짐승 같은 이들도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아니 짐승 같은 이들일수록 아름답게 표현한다. 어색할 것이 없는 원시의 아름다움이 그들 안에서 일렁인다.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마터면  (0) 2019.06.01
어느날의 기도  (0) 2019.05.31
그래서 어렵다  (0) 2019.05.29
대답  (2) 2019.05.27
농부의 알파벳  (0) 2019.05.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