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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78

민족사와 함께 한 ‘떠돌이 신학자’의 생애 민족사와 함께 한 ‘떠돌이 신학자’의 생애 문동환(87세)은 1921년 만주 북간도 명동 출생이다. 서로 인접해있던 명동이나 용정 모두 구한말, 일단의 유학자들이 새로운 교육현장을 일구어나가겠다는 대단히 이례적인 개혁적 열정을 가지고 떠나 정착했던 곳이었다. 고종은 이 지역의 선비들에게 교육재정까지 지원해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나라 안은 어지럽고 힘들었으니, 밖에서라도 새로운 동량을 길러내라는 조선조 마지막에 해당하는 왕의 애처로운 심사였다. 1921년이라면 이미 일제의 제국주의 지배가 극에 달해 1919년 3·1 만세 운동이 조선반도에서 벌어졌던 시기였다. 나라가 망하고 만주지역에 떠도는 이들이 넘치기 시작하고 장래를 제대로 도모하기 막막했던 세월이었다. 그러나 문동환이 태어나 자란 북간도 명동이나.. 2019. 3. 10.
문익환의 목소리가 그리운 것은… 문익환의 목소리가 그리운 것은… 늦봄 문익환, 그 이름 석 자는 이 나라 신학과 운동과 역사에 박힌 빛나는 보석이다.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이요, 늘 푸른 힘을 주는 생기이다. 책상물림으로 앉아 있던 구약성서학자가 들판에 나와 광야의 소리로 변신하자 역사는 꿈틀거렸고, 함께 춤을 추었다. 그리고 고난의 시대를 기운차게 뚫어내었다. 이 나라 신학과 운동과 역사에 박힌 빛나는 보석 그 문익환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20여 년이 지났다. 산천은 변했으나 그 맑은 미소와 청아한 꿈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에게 뜨거움으로 있다. 목사이면서 목사로만 머물지 않았으며, 시인이면서 시인으로 그치지 않았고 학자이면서 학자로 멈추지 않았다.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야욕이 없었고, 존경의 상석 위에서 교만하지 않았다. 그는 .. 2018. 6. 1.
소외의 섬, 끝자락에서 일구는 가없는 사랑 소외의 섬, 끝자락에서 일구는 가없는 사랑- 40평생 누워 있는 아들 돌보는 한 노모의 애절한 사연 전남 여수 앞 바다의 거문도(巨文島). 이름하여 “큰 글을 닦은 섬.” 옛날 중국인들이 이 섬에 우연히 상륙하여 필담(筆談)을 나누다가 의외의 지식수준에 놀라 부른 이름이 내려오게 되었다는데 글 잘하는 것이 못하는 것보다야 자랑스럽기는 하겠지만 다른 말로 뒤집자면 중국 문화의 영향이 이 섬에까지 파고들은 것이라고나 할까? 남의 나라 글을 아무리 잘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글이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것은 아니니 만큼 그 거문도라는 이름은 어떻게 보면 이 섬의 ‘소외된 운명’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찾아볼 이 섬의 한 늙은 어머니와 그 늙은 어머니 못지 않게 늙어버리고.. 2018. 5. 8.
영화 <밀양>, 그리고 서지현 검사 영화 , 그리고 서지현 검사 - 어디서 구원은 올꼬? 최근 ‘미투’ 운동을 확산시키는데 기폭제가 된 서지현 검사의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룸에서 “가해자가 최근 종교를 통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한 비판은 새삼 영화 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 은 절망의 끝자락에 선 한 여인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려 하는가를 보여준다. 주연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래 새삼 주목받은 작품이라는 점을 빼놓고, 이 영화는 사실 영화적 재미나 흥행의 기대를 갖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이 대체로 어두운 삶을 드러내면서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희망의 .. 2018. 2. 5.
문제는 ‘어떤 성품이 주도하는가’이다 한종호의 너른마당(61) 문제는 ‘어떤 성품이 주도하는가’이다 그런데 사라가 보니, 이집트 여인 하갈과 아브라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삭을 놀리고 있었다.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저 여종과 그 아들을 내보내십시오. 저 여종의 아들은 나의 아들 이삭과 유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습니다.”(창세기 21:9-10) 고대사회에서 여성들은 모계사회의 종식과 더불어 부차적 지위에 머물게 되었다. 여성들은 생물학적으로 아이들을 생산하는 존재였고, 인간이라기보다는 남자에게 종속된 재산과 같은 위치에 있게 되었다. 여기서 여성에 대한 억압은 구조화되었고 문명의 생리처럼 되어갔다. 이스라엘의 고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사렛 예수의 선교는 그러한 이스라엘 문명의 여성관에 대한 놀라운 도전을 드러내었다. 그리하여.. 2017. 6. 12.
안철수와 역사의식 안철수와 역사의식 만일 유대교에서 이들의 해방절인 유월절을 과거 회고적이라고 지우자고 하면 어찌 될까?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일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 쪽에서 일어났다. 4·19와, 5·18을 비롯해서 6·15와 10·4선언을 과거 회고적인데다가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강정책에서 삭제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당장 민주당 쪽은 강하게 반발했고,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어떤 민족이든 그 민족의 역사에는 중대한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전환점은 민족 구성원 모두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되새기면서 그 정신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역사는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걸 토대로 앞으로 나갈 방향을 바로 세우.. 2017. 4. 18.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한 사회의 정신적 기준으로 존재해야 할 교회가 도리어 그 사회의 가장 악취가 나는 현장의 하나가 되고, 존경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정능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아무런 교정의 과정도 없이 지속된다면, 한국교회는 덩치는 크지만 정작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탐욕의 소굴임이 판명되는 비극을 겪을 수 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이는 내 아버지의 집이자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데, 너희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하는 일갈의 소리가 한국 개신교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세간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고질적인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는, 교회가 다른 .. 2017. 4. 4.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한종호의 너른마당(57) “이 땅을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겨울이 난데없이 덮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겨울은 추워야 하고, 그러면서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익어갈 겁니다. 여름에 자신을 한껏 자랑하던 초목도 겨울에는 겸손하게 몸을 털고 벌거벗은 존재의 본래 알몸으로 돌아가 하늘의 생명을 받아 새로이 태어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겨울이 추운 것이 정상이라도 춥지 않은 겨울을 나고 싶은 것은 사람들 모두의 마음입니다. 길거리에 내버려진 채 겨울을 나보라고 하면 누가 그걸 기꺼워하겠습니까? 누구도 돌보는 이 없이 찬 바닥에서 홀로 두렵게 잠을 자야한다면 그 또한 겨울의 잔혹함을 더욱 깊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궁성의 부” 역사는 강자가.. 2017. 1. 16.
하나님은 ‘권력의 화신’인가? 한종호의 너른마당(56) 하나님은 ‘권력의 화신’인가?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과 부역 세력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한쪽에서는 신음과 절규가 흐르고 터지는데, 이 와중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들의 손익계산에 바쁜 채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가진 자와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누리는 권리와 특권과 지위와 부, 그리고 대접은 끝이 없는데, 그 밑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다. 권력과 부를 쥔 이들은 제 몫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이른바 대형교회 목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도하잔다, 위에 있는 권세에 더욱 복종하잔다. 그러면서 가진 자들의 자리에 서서 가지지 못한.. 2016.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