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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뜬 달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답 어둑해진 경주 토함산 하늘가에 뜬 달 하루 일을 마친 엄마가 중1수학 좌표와 그래프를 마친 중2아들에게 오, 달이 떴네 천 년 전 경덕왕도 보았을 서라벌의 달이네 했다 아들은 달님에게 새 자전거 얘기 엄마에겐 좋은 과학 시간 아랫쪽으로 활처럼 휜 저 달이 무슨 달일까? 물어보려는데 일편단심 아들은 새 자전거 얘기 입속에선 상현달과 하현달이 구르지만 침묵한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어 우리 내일도 같이 밤하늘을 바라볼까? 오늘의 달보다 더 살이 쪘을지 더 홀쭉해져 있을지 오늘 뜬 달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랬더니 고요히 아들의 두 눈이 달에게로 간다 2023. 9. 23.
하루 하늘과 땅 사이로 울리는 하하하 루룰루 노래처럼 흐르는 물처럼 오늘도 좋은 날 되시라고 까마득히 먼 그 옛날 그 한 사람 그 입에서 꽃 핀 하루 2023. 9. 22.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5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마태수난곡 2부 67~69번 (마태복음 27:33~44) 음악듣기 : https://youtu.be/f8fG8y5W_Jg?si=3oh2_JYjZSqHMRFE 67(58)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33.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34.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하지 아니하시더라 35.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36.거기 앉아 지키더라 37.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쓴 죄패를 붙였더라 38.이 때에 예수와 함께 강도 둘이 십자가에 못 박히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39.지.. 2023. 9. 20.
설교자의 강단은 높아야 한다 설교와 관련한 인연은 깊고 오래되었다. 1992년 두란노서원에서 이라는 설교잡지를 만들 때 창간멤버로 들어간 후 얼마있지 않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근 6년간 설교와 관련해 다양한 기획을 하기도 했다. '이 달의 설교자'라는 꼭지에서 꽤 많은 설교자를 인터뷰하면서 설교자들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 체득하기도 했다. 그 후 를 창간할 때 처음으로 ‘설교 비평’이란 악역(?)을 맡으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전화로 이메일로 대화의 자리에서 설교 비평에 대한 지지를 비롯하여 적대적인 입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반응들을 접했다. 글이 나간 후 격려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 일색이었다. 당시만 해도 목사의 강단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2023. 8. 7.
오라 소중한 십자가여!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4 오라 소중한 십자가여! 마태수난곡 2부 64~66번 (마태복음 27:31~32) 음악듣기 : https://youtu.be/SSZAHhl67nw 64(55)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31. 희롱을 다 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32.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워 가게 하였더라 31. Und da sie ihn verspottet hatten, zogen sie ihm den Mantel aus, und zogen ihm seine Kleider an, und führeten ihn hin, daß .. 2023. 8. 4.
영혼의 때를 밀고 오만과 위선을 벗는 일 저자 지강유철 선생이 장기려 선생에 대해 쓴 평전을 잘 읽었다. 이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먼저 장기려 박사와 필자가 교제한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겠다. 필자는 장기려 선생을 생전에 두어번 뵌 적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부산 산정현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장 박사께서 내게 오후에 잠시 말씀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순종한 적이 있다. 또 1990년대 초에 일가 김용기 선생을 기리는 일가상위원회에서 장기려 선생을 수상자로 결정하고 손봉호 교수와 나를 부산 장기려 선생께로 보냈다. 장기려 선생이 일가상 수상을 거부할 수도 있으니 먼저 두 사람이 가서 장 박사를 설득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가 내려가서 말씀드렸지만 장 박사는 이제 세상의 어떤 상도 받지 않켔다고 하시면서 거절했다. 이 기회에 평소 .. 2023. 7. 28.
오, 상하신 그 얼굴이여!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3 오, 상하신 그 얼굴이여! 마태수난곡 2부 62~63번 (마태복음 27:27-30) 음악듣기 : https://youtu.be/MFVZzfMm8vc 62(53)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27. Da nahmen die Kriegsknechte des Landpflegers Jesum zu sich in das Richthaus, und sammleten über ihn die ganze Schar; 28. und zogen ihn aus, und legeten ihm einen Purpurmantel an; 29. und flochten eine Dornenkrone, und setzten si.. 2023. 7. 28.
아낌만한 것이 없다 아낌만한 것이 없다 이군, 새벽빛이 희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입니다. 불기 없는 사무실에 앉아 아침을 맞는 일이 조금씩 힘들어지네요. 하지만 밤과 낮의 경계선이 무너지며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쳐드는 이 시간, 새로운 삶을 살라고 주신 이 복된 순간이 흔감(欣感)할 따름입니다. 주위가 참 고요합니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충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습니다. 정겨운 얼굴들을 머릿속에 그리다가 문득 이군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하고많은 얼굴 중에 왜 이군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사람들처럼 목마른 표정으로 나를 찾아오는 이군이 나를 부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잔뿌리만으로 버티기엔 일상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2023. 7. 18.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바보처럼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 윤 집사님, 이제쯤엔 귀래에도 여름의 기운이 가득하겠네요. 무더운 한낮에는 사방 뻐꾸기 울음 한가하겠고, 밤꽃 향기 진동하는 밤은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소쩍새 울음으로 지나가겠지요. 산벚꽃 피고 진 산도, 막 땅내를 맡은 논의 모도 온통 초록빛이겠다 싶습니다. 마당 한 구석 우물가에 선 앵두나무에선 올망졸망 앵두가 잘 익었을 테고요.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빛 세상인데 어디에서 붉은빛을 길어 올린 것인지, 자연의 매 순간은 그저 경이롭고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귀래에서 원주로 넘어가는 양안치 고개에도 녹색의 기운은 넘치기 시작했겠지요. 자작나무에서 돋는 연초록 잎새들의 아우성이 얼마나 눈부실까, 손을 흔들듯 윤기로 반짝이던 작은 손길들이 눈에 선합니다. 여전히 바쁘시지요? 연락을 드릴까 하다가 행여 바쁜 일정.. 2023.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