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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유대인의 안식일(4)

by 한종호 2015. 2. 22.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6)

유대인의 안식일(4)

모쩨 샤밧

토요일 저녁 해질 무렵이 되면 샤밧이 끝났음을 알리는 사이렌이 우린다. 샤밧이 끝나는 토요일 저녁을 가리켜 ‘모쩨 샤밧’이라고 부른다. 문자적으로는 ‘샤밧에서 빠져나옴’을 뜻한다. 모쩨 샤밧이 되면 다시 차를 탈 수 있으며 버스도 다닌다. 그리고 시내의 극장들도 샤밧을 끝내고 나온 인파들로 붐빈다. 우리 가족도 몇 번 모쩨 샤밧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한 경험이 있다. 많은 이스라엘의 젊은 남녀들은 모쩨 샤밧에 데이트 약속을 한다. 토요일 저녁부터 이스라엘 사회는 다시 기지개를 켜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음 샤밧까지 이스라엘은 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샤밧 음식

흰 샤밧 빵, 물고기 요리, 포도주, 이 세 가지는 샤밧 저녁을 빛내는 가장 전통적인 음식이다. 흰 샤밧 빵은 ‘할라’라고 하는데, 원래는 구약시대에 빵 반죽 중 제사장의 몫을 가리켜 ‘할라’라고 불렀다(민수기 15:19-21 참조). 그러나 제2성전이 파괴되고 난 이후 유대인들은 더 이상 제사장에게 빵 반죽을 바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유대인 주부들은 샤밧에 빵을 만들 때마다 빵 반죽의 일부를 떼어 불에 던지는 관습을 지켜 왔다. 제사장 몫을 따로 바치는 풍습이다. 이러한 관습과 관련되어 유대인의 샤밧빵을 가리켜 ‘할라’하고 부른다. 샤밧 식탁에는 두 개의 할라를 준비 한다.

할라 빵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주에 남겨 놓았던 효모 반죽에 밀가루를 부어 반죽한다. 기다렸다가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반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때려 준다. 반죽이 가라앉으면 빵 반죽을 얹는 팬에 빵의 모양을 만들어 얹는다. 반죽이 팬에 자리 잡으면 솔로 달걀 흰자를 바른다. 그리고 나서 그 위에 깨를 뿌려준다. 깨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를 상징한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오븐에 넣어 굽는다.

유대의 딸들은 샤밧 때마다 어머니를 도와주며 자연스럽게 샤밧의 빵인 할라 만드는 법을 배운다. 빵을 반죽하며, 부풀은 반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다시 팬에 빵 모양을 만들고 오픈에 넣으며 할라 빵을 만드는 이 시간이야말로 유대의 전통이 전수되는 시간이다. 유대인 모녀들은 이런 시간을 통하여 가까워진다. 이 때 그들은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함께 나눈다. 시집갈 때는 친정집에서 반죽의 일부를 떼어 간다. 떼어 간 반죽을 효모로 사용하여 계속 샤밧 빵을 굽는다. 딸을 낳으면 그에게도 빵 반죽부터 굽는 법까지 가르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유대의 전통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그 딸에게서 손녀에게로 맥을 이어간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모 반죽대신에 이스트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샤밧에 물고기 요리를 먹는 관습도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물고기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한다. 이러한 학자들의 해석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물고기는 샤밧의 유대인 식탁에 주요 메뉴로 계속 사용되었다. 탈무드에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유대 전통에 의하면, 샤밧에 집으로 향하는 유대인 뒤에 천사 둘이 따라간다고 한다. 집에 도착했을 때 샤밧이 잘 준비되어 있으면 착한 천사가 “다음 주 샤밧에도 이렇게 되기를”이라고 말한다. 악한 천사는 할 수 없이 “아멘”으로 응답한다. 그러나 만일 샤밧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악한 천사가 “다음 주 샤밧에도 이렇게 되기를” 이라고 말한다. 착한 천사는 이때 “아멘”이라고 응답할 수밖에 없다.

촛불을 켠 후 유대인들은 ‘샬롬 알레이헴’(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란 샤밧의 노래를 부른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따르면, 이 노래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샤밧 때 각 가정에 보내 (위에서 말한) 천사들을 환영하는 노래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집안을 오가며 ‘샬롬 알레이헴’을 부른다. 유대인은 이 시간에 샤밧의 기쁨을 노래로 표현한다. ‘샬롬 알레이헴’ 외에도 샤밧에 관한 많은 노래가 있다.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두세 곡의 샤밧송을 더 부르기도 한다.

샤밧에 찬송을 부르는 관습은 16세기의 카발라 운동을 통하여 일반인들 사이에 더욱 널리 유행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최근에는 정통파 유대인들도 샤밧 저녁 식사 때, 토요일 점심 식사 때, 또 샤밧을 마감하는 토요일 저녁 식사 때에 샤밧의 노래들을 부른다.

 

가족을 위한 축복(비르캇 하미슈파하)

이삭이 그의 아들 야곱과 에서를 축복하고, 야곱이 그의 열두 아들을 축복한 구약의 전통을 따라 유대인 부모들은 매주 샤밧마다 자녀를 축복한다, 유대인들은 자녀를 축복할 때 창세기 48장 20절을 그 모범으로 삼는다.

자녀를 위한 축복은 아들들과 딸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자녀의 머리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이때 자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기도 한다.

아들을 위한 기도 : “하나님이여 이 아들에게 영감을 주소서. 그리하여 이 아들이 우리 만족의 삶을 계승해 온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전통을 따라 살게 하소서.”

딸을 위한 기도 : “하나님이여 이 딸에게 영감을 주소서. 그리하여 이 딸이 우리 만족의 삶을 계승해 온 사라, 레베가, 라헬, 레아의 전통을 따라 살게 하소서.”

매주 이러한 축복 기도를 부모로부터 받는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유대의 전통을 따라 살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는 위의 기도문에 자기가 원하는 기도를 첨가하여 그의 자녀를 축복한다. 자녀를 축복한 후 계속하여 민수기 6장 24-26절의 제사장을 위한 축복 기도를 자녀를 위하여 하나님께 올린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워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운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자녀를 축복한 아버지는 이제 남편으로서 아내를 축복한다. 잠언 31장의 말씀을 아내를 위하여 낭송함으로 아내를 향한 사랑과 존경을 표시한다. 다음은 잠언 31장의 말씀 중 몇 구절을 추려서 아내를 위한 낭송문으로 유대인들이 만든 것이다. 유대인의 아내들은 남편이 이 말씀을 낭송할 때 더욱 현숙한 여인이 되기를 간구하며, 아내와 어머니된 것을 행복으로 느낀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전치 아니하겠으며,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치 아니하느니라. 그는 간곤한 자에게 손을 내밀며, 능력과 존귀로 옷을 삼고 후일을 웃으며, 그 자식들은 일어나 사례하며, 그 남편은 칭찬하기를 덕행 있는 여자가 많으나 그대는 여러 여자보다 뛰어나다 하느니라.”

아내를 향한 잠언 낭송이 끝나면, 아내는 남편을 위하여 시편 112편을 낭송한다. 다음은 시편 112편중에서 몇 구절을 발췌하여 만든 남편을 위한 축복 기도문이다.

“여호와를 경회하며 그 계명을 크게 즐거워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그 후손이 땅에서 강성함이여, 정직자의 후대가 복이 있으리로다. 부요와 재물이 그 집에 있음이여, 그 의가 영원히 있으리로다. 정직한 자에게는 흑암 중에 빛이 일어나나니 그는 어질고 자비하고 의로운 자로다. 그가 흉한 소식을 두려워 아니함이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그 마음을 굳게 정하였도다. 그 마음이 견고하여 두려워 아니할 것이라. 저가 재물을 흩어 빈궁한 자에게 주었으니 그 의가 영원히 있고 그 삶이 영화로이 들리리로다.”

아내는 자기의 남편이 시편 112편의 사람과 같은 신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아내의 낭송을 듣는 남편은 자기가 그와 같은 남편과 가장이 되기를 소원한다. 자녀와 아내, 남편을 위한 축복이 끝나면 가족 전체를 위한 다음의 기도를 하나님께 올린다.

“하나님, 우리 가족을 인하여, 우리 가족이 의미있다는 것을 인하여, 우리 각자가 당신 앞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인하여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마음이 당신에게 기울어지고, 당신에게만 충성될 때, 그때야 비로소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 것을 고백합니다. 우리로 주는 일에 앞서게 하소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것을 전혀 기억지 못하게 하시며, 우리가 용서한 것을 세지 않게 하소서. 우리 주위에 이웃이 있음을 감사하게 하시며, 우리의 사랑과 친절이 그들에게 표현되게 하소서. 우리로 부드럽게 말하게 하소서. 우리가 비판할 때 부드러운 말과 남을 돌보는 말을 찾게 하소서. 상대방을 안타까워하며, 이해하는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을 할 기회를 잊지 말게 하소서. 우리 가족을 건강과 기쁨, 만족감으로 축복해 주옵소서.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당신의 영으로 우리 가정에 늘 머물게 하소서. 기쁨과 평화의 가정을 세우는 지혜를 우리에 주옵소서.”

 

키두쉬(포도주와 축복)

가족을 위한 축복이 끝나면 포도주를 컵에 따르고 출애굽기 20장 8절의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말씀을 낭송하고 기도한다. 이 기도문을 낭송하며 기도하는 행위를 가리켜 ‘키두쉬’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이 축복 기도를 통하여 샤밧이 다른 평일과는 다른 거룩한 날로 구별된다고 믿는다. 키두쉬라는 말을 히브리어로 ‘성화’ 혹은 ‘거룩하게 함’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즐거운 날’ (이사야 58:13)이라 믿는다. 유대 전통에 의하면, 포도주는 즐거움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예, 시편 104:15;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 이러한 이유로 유대인들은, 안식일은 반드시 포도주를 통하여 거룩하고 기쁜 날로 구별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유대인의 악식일은 포도주를 컵에 담아 놓고 행하는 축복 기도를 통하여 거룩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축복 기도(키도쉬)는 두 가지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온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내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근거로 먼저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과 신명기 5장의 십계명을 제시한다. 출애굽기 20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휴식을 취한 날을 샤밧으로 지키라고 명령한다. 반면에 신명기 5장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여 샤밧을 지키라고 명령한다(신명기 5:6). 축복 기도의 문장 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곱째 날은 하나님께 구별된 날입니다. 기쁨의 상징인 포도주로 이날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축복합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축복-삶, 건강, 일, 휴식, 가정, 사랑, 우정에 감사합니다. 창조의 영원한 표인 안식일에 우리는 우리가 당신의 거룩한 모습대로 창조되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겁을 높이 들어 감사합니다.”

 

 

모찌(샤밧 빵과 축복)

키두쉬가 긑난 후 유대인들은 샤밧 빵인 할라를 내어 높고 축복의 말을 낭송한다. 이때 낭송하는 축복문을 가리켜 ‘모찌’라고 부른다. 이 축복문을 통해 유대인들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약실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할라는 두 개의 빵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두 개의 샤밧 빵(할라)을 준비하는가? 유대의 전통에 의하면, 이는 금요일에 내린 두 배의 만나를 상징하기 위함이다(출애굽기 16:22). 유대인들은 샤밧 빵을 내어 놓고 축복하기 전까지 빵을 흰 천으로 덮어 놓는다. 이것은 광야에 내렸던 만나를, 아래로는 시나이 반도의 뜨거운 모래로부터, 위로는 타는 듯한 태양열로부터 보호한다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한다.

전통에 따라 어떤 이들은 할라(샤밧 빵)를 꺼내 놓고 축복 기도를 올리기 전에 손을 씻는다. 이들을 가정의 식탁이 예루살렘 성전의 제단만큼이나 거룩한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성전 시대의 제사장들이 제물을 바치기 전에 손을 씻은 것처럼 고대의 랍비들은 식사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었다. 이 전통을 이어받아 많은 유대인들은 거룩한 식사에 앞서 손을 씻는다. 모든 사람이 손을 씻고 돌아온 후 축복 기도를 시작한. 축복 기도가 끝나면 모든 사람은 아멘으로 화답한다. 이와 같이 아멘으로 답하는 관습은 신명기 27장에서 레위인들에게 아멘으로 화답한 이스라엘의 전통에 기초한다. 축복이 끝난 후 빵을 자르는데, 예루살렘 성전에 바쳐진 제물들에 소금을 뿌렸던 성전 시대의 전통에 따라, 어떤 유대인들은 샤밧 빵에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식후 감사 기도

식사가 끝나면 신명기 8장 10절의 전통에 따라 감사 기도를 올린다. 식후 감사 기도는 시편 126편으로 시작되며 음식을 공급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 이스라엘에게 땅을 허락하신 일에 대한 감사, 예루살렘을 허락하신 일에 대한 감사와 예루살렘의 안녕을 위한기도,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 전 세계를 위한 평화의 간구로 끝을 맺는다.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샤밧 식사는 외견상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서에 따라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식탁을 경험한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가 먹는 것이라면 유대인은 이 먹는 일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들의 역사를 경험하고, 공동체를 경험하며, 신앙을 경험한다, 무엇보다도 유대인들은 샤밧을 통하여 하나님의 시간을 경험한다.

최명덕/건국대학교 교수, 조치원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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